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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재정비 중*

[베이즈X치루트] timidness(8) 베이루트 현대 AU [Timidness] W.by gulmang 무거운 공기가 베이즈의 부르튼 입술 위를 문지르자 그는 실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앞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문 하나라서, 자신이 어떻게 하다가 잠들었는지 짐작했다. 마룻바닥이 몸에 닿아있었던 터라 그의 살가죽은 서늘하고 눅눅했다. 비가 온다, 생각하고는 그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서 몸을 일으켰다. 터진 상처들이 쓰린 탓에 욕지거리가 잇새를 비집고 나왔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고리를 돌려봤지만 문은 여전히 잠겨있었다. 화풀이를 하듯이 한 번 걷어차고는, 쾅쾅대었지만 그런다고 문을 열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덧대어져 못 박힌 나무판자가 창문과 함께 바람에 덜컹거렸다. 그는 무턱대고 판자를 잡고 잡아당겨 봤지만 .. 더보기
[베이즈X치루트] timidness(7) 베이루트 현대 AU[Timidness] W.by gulmang 해가 유독 더워지고, 나무에 지는 그림자가 무성해져감에 따라 베이즈의 방문은 더욱 잦아졌다. 무슨 요일이던지 그가 원하는 날에는 찾아왔고 아니면 말았다. '아닌 날'은 없는 편이었기에 베이즈는 거의 매일 고아원에 들락거렸다. 어느 날 그가 치루트에게 떠들어 대기로는, 집사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하는 것을 극구 사양하고 그 혼자 꼭두새벽에 집을 나와 꽤나 먼 거리를 걸어서 왔다고 했다. 저녁에 저택으로 돌아오는 계모에게 들키지 않게 다녀야만 한다나.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이 귀로 흘러들어오면 치루트는 손가락을 책갈피삼아 끼우고 책을 덮었다. 그는 항상 별 다른 대답을 주지 않았지만 아무 말 없이 베이즈에게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그.. 더보기
[베이즈X치루트] timidness(6) 베이루트 현대 AU [timidness] W. by gulmang ----------------------------------------------------- 그는 그의 시선이 글자들 사이로 헤엄치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취침 시간으로부터 두 시간 정도가 지났다. 치루트는 혹여 들킬까 옆구리에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을 낀 채 뒷꿈치를 들고 좁은 보폭으로 걸었다. 불이 붙여진 등이 벽에 매달려 그의 그림자를 길게 밀어냈다. 뒤이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며 복도에 다른 그림자의 머리가 보이자 그는 서둘러 숨을 곳을 찾아댔다. “안 자고 뭐하니, 치루트.” 들려오는 목소리에 치루트의 온 몸이 곤두섰다. 그는 천천히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단의 자락이 땅에 끌리는 소리.. 더보기
[베이즈X치루트] timidness(5) 베이루트 현대 AU [timidness] W. by gulmang *~*~*~*~*~*~*~*~*~*~*~*~*~*~*~*~* 나는 가게의 문을 열었다. 변변한 간판 없이, 삐걱거리는 나무문짝에 못 박힌 녹슨 철판에 이름이 적혀있었다. ‘시선’ 가게는 나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항상 얼굴에 미소를 걸고 지내셨던 그이기에 그랬던 것인지, 그가 흙의 품속으로 돌아가던 날의 날씨는 그의 웃음을 닮아 아주 화창했었다. 오늘은 그 때만큼이나 밝은 날이었다. 나의 할아버지가 두어 년을 병마와 싸우는 동안 혼자 남겨져 있던 가게는 오랜만에 맞이하는 사람이 반가운지 햇볕을 제 안에 가득 담아 나를 밝혀주었다. 나는 책상 위에 가만히 놓여있는 만년필을 집어 들고, 할아버지가 시를 썼던 양피지 공책을 넘겼다. 공.. 더보기
[베이즈X치루트] timidness(4) 베이루트 현대 AU [Timidness] W.by gulmang 추천하는 BGM 베이즈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짜증나도록 서늘한 방이 그를 한기로 꽉 감쌌다. 반 지하에 묻힌 방의 창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세상은 따분하고 회색 빛깔이 돌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발들이 그에 방에 비집고 들어오려던 햇볕까지 모두 차냈다. 베이즈는 답답한 세상에 갇혔다는 사실마저도 잊어버릴 정도로 이런 것들에 익숙해져 있었다. 시계의 시침은 10과 11 사이에 걸려 있었다. 침대 옆에 세워져 있는 책꽂이에서는 꽤나 오랫동안 펼쳐보지 않아 먼지가 쌓인 책들이 우두커니 펼쳐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옛날의 그가 사랑했던 소년이 주었던 다른 모든 것은 경솔한 마음으로 버려냈던 베이즈이지만 그가 한 권씩 빌려준 낡.. 더보기
[베이즈X치루트] timidness(3) 베이루트 현대 AU [Timidness] W.by gulmang 이번 편의 BGM--------------------------------------------- “보시다시피, 저는 맹인이라 제 힘으로 변변한 대접을 해 드리기 어렵습니다. 찾아와 주셨는데 차린 것이 없어 죄송합니다.” 치루트는 베이즈에게 앉으라 일러주고는 손을 뻗어 자신이 앉을 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손으로 훑어보았다. 앉기도 부담스러울 만큼 고급스러워보이는 의자였다. 치루트는 천천히 의자에 앉아 베이즈에게 물었다. “제가 지금 브레이버맨 씨와 똑바로 마주앉아 있습니까?” “그런 건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대화의 기본은 바른 자세라 배워 왔으니 그렇습니다. 시선도 맞추어야 하는데, 오, 저는 완벽한 대화의 기본을 지킬 수가 없군요! “.. 더보기
[베이즈X치루트] timidness(2) 베이루트 현대 AU [Timidness] W.by gulmang ▼추천하는 BGM (쓰면서 들었던 BGM) --------------------------------------- 「"난 당신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당신을 늘 붙잡았는데. 브레이버맨,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아니, 애초에 사랑한 적이 한번도 없었어?" "내가 그럴리가 없잖아, 아. 내 사랑스러운 아일렌, 다 오해…"」 전날 끄지 않고 잠든 텔레비전에서는 고전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소음에 그가 눈을 떴다. 최근 도시 외곽에는 한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건물을 짓는 노동 현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인부들은 대개 성격이 괴팍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베이즈 맬버스는 거슬리는 일이 있었을 .. 더보기
[베이즈X치루트] timidness(1) 베이루트 현대 AU [Timidness] W.by gulmang 탁상시계가 울려대는 소리에 눈을 떴는데도 눈앞은 여전히 캄캄했다. 겨울의 오전 여섯시는 어두운 편이지. 그는 눈두덩을 한 번 문지르고는 몸을 일으켰다. 탁상을 더듬거리던 손이 마침내 안경을 조심스럽게 그러쥐고 그것을 얼굴 근처로 가져왔을 때, 가만히 멈춰있는 일 말고는 할 수 없었다. 작가 치루트 임웨의 앞이 서서히 보이지 않게 된 것은, 떠나가 버린 자에게 느끼던 상실감을 펜 끝에 눌러 담아 없애버리려 마구잡이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다. 아마 좀 더 젊었을 시절의 그가 짧은 소설 한 편을 완성한 첫날 으로부터 열댓 해 쯤 지났을 테였다. 처음 시야가 흐려질 때 즈음에는 사사로운 눈병, 혹은 글을 쓰기위해 오래도록 눈을 혹사시킨 까닭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