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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써니X자룡] 잘못 붙은 뼈










나지위, 나와.”

 

나는 경관을 올려다보다가 순순히 일어섰다. 얼굴만은 그렇게 익숙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날카로운 눈빛은 맹금류의 것을 닮아 있었고, 손짓 끝에는 절도가 배어 행동이 강단 넘치는 것이 내가 아는 누군가와는 아주 달랐다.

 

자기 손으로 잡아들이고는 자기 손으로 놓아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어둔 밤 가로등 아래서 붙잡았던 손의 온도보다 훨씬 미지근한 손이 나의 손목을 바짝 붙잡았다. . 진자룡. 나는 아직도 모든 행동에 하나하나 그를 연결하여 생각했다. 퍼석한, 익은 쌀과 싱거운 반찬을 입 안에 우겨넣고 씹어 삼켜야만 했을 매일 아침에도, 턱이 덜덜 떨릴 정도로 차가운 물로 온 몸을 씻어 내릴 때도, 누렇고 눅눅한 요가 얹힌 딱딱한 침대에 불쾌히 몸을 뉘어야 했을 때도 그를 떠올렸다. 그곳엔 집착이라는 단어 외에는 붙일 수 있는 이름이 없었다.

 

형님.”

 

철그럭대는 소리가 울리고 나서 손목에 차갑고 무거운 쇠가 채워져, 힘을 주지 않으면 두 손은 저절로 떨구어졌다. 시시덕거리며 그를 불렀지만 그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불안하게 구르는 그 눈동자를 집요하게 쫓으며 그가 나와 눈을 맞추기를 바랐지만 앞만을 바라보는 모습이 거슬렸다. 그 사람은 내가 안 죽였어요, 감옥에 있었는데 어떻게 죽여. 나는 그의 두 귀에 똑바로 들릴 수 있도록 이와 이를 정확히 맞물었다 떼며 이야기했다. 흰자에 핏발이 가득 선 눈이 나를 돌아봤다. 그는 신경질적이게 느껴질 만큼 내 손에 매어진 수갑을 세게 잡아당기고,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비틀거리는 척 했다.

 

이럴 거에요, 정말?”

 

원망스러운 목소리와 늘어뜨린 어깨선, 아래를 바라보는 시선. 그것들은 동정을 살 만한 완벽한 조건에 부합했다. ‘먹혀 들어갔다라고 생각할 만큼 눈은 조금 더 누그러진 것 같았다. 바보 같기는, 또 속아. 나는 저절로 헛웃음이 나는 것을 그대로 흘렸다.

 

형님, 나 믿잖아요.”

 

진자룡, 당신이 말하지 않았어, 당신 정의는 신뢰와 너그러움이라며. 대놓고 약점을 드러내는 꼴 아니야? 속내가 가득 담긴 채로 비칠비칠 새어나가는 웃음은 여러 번 감추어 봤기 때문에 겨우 삼킬 수 있었다. 저 사람이 가엾게 여길 만한 웃음을 지어야지, 여태까지도 그래야만 사랑 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가 나를 담담하게 보았다. 곧 본 것은 눈을 감고 두 입 꼬리를 바싹 당겨 올린 사랑스러운 얼굴이었다. 나도 덩달아 웃었다. 한 순간에 내 명치 안쪽을 쾅 친 이것은 나지위로서의 진심이었다. 하지만 버린 이름이 느끼는 것은 존중해줄 필요가 없었다. 한 순간의 감성에 젖어 다음 날을 그르치면 안 된다. 앞으로도 그렇게 웃어달라고, 그 웃음이 수감되어 있을 때도 수만 번은 그리워한 얼굴이라고 입에 발린 말로 그의 마음을 구슬리기만 한다면 다시 별 문제 없는 관계로, 우리는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 머릿속에 남은 진자룡은 순진하게 그지없었던 까닭에 내린 판단이었다.

 

긴 복도를 반 보다 조금 더 지나왔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내 양 손목을 말아 감싼 쇠붙이끼리 연결하는 사슬을 잡아끌고 조금 앞서서 걸었다. 조직의 지원으로 가석방의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제 투명한 사실이었기에 심문실로 걸어가는 긴 복도는 그래서 다른 의미의 긴장이었다. 당신의 정의는 신뢰와 너그러움이잖아, 안 그래?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몇 초간 입 안의 침이 바싹 말랐다.

 

난 이제 더 이상 네 형님이 아니라는 사실은 내가 경찰 끄나풀이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깨달은 거 아니야?”

 

나는 내게로 돌아보고서 여유롭게 웃음 짓는 그의 의외의 반응에 굳었다. 무어라고 했는지 다시 질문할 틈도 주지 않고, 그는 걸음을 멈추고 말을 이었다.

 

나는 어차피 배신할 녀석들을 품어주는 바보 같은 깡패도 아니고, 이제는 정의 아래에서 보호 받아야할 사람들만 지키는 경찰이야. 진 경관. 보여?”

 

그는 나를 보며 한 손으로 제 눈 아래의 흉터를 짚었다. 선명하게도 남았다. 얼마든지 돌아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무심하게 생각하고 나는 쓴 침을 삼켰다. 등뼈가 산산조각 나서 숨이 끊긴 그 사내 덕에 진자룡에게 몇 년이 가치 있게 돌아간 것 같았다. 세상에 크게 배신당하고 나서야 자란 모양이다. 이제는 어딜 가도 누군가에게 쉽게 속아 넘어가지는 않을 테니 다행인 일 아닌가. 그래서 버릇처럼 말의 모든 마디가 거짓인 나의 모습을 늦게나마 알아차리게 된 것 아닌가. 우리는 말없이 계속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그냥저냥 목적지에 도달했다. 심문실의 문 틈새로 한기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그 사람을 안 죽였다고? 거짓말 마. 너를 체포한 그 날 이후로 너를 믿은 적 없었어. 믿는다고 너를 속여 왔던 건 오히려 나야. 지금은 풀려나겠지만 넌 법정에 돌아오게 될 거다.”

진자룡은 심문실의 문을 열고, 사슬을 붙잡았던 손을 놓았다. 그러고는 바로 뒤돌아서서 나가버렸다진자룡과 나지위, 진자룡과 써니의 관계는 그렇게 끝난 모양이었다그 빈자리에는 진 경관과 한 명의 범죄자라는 관계가 들어채워졌다. 하필 그는 내 오른쪽으로 스쳐 지나갔다. 바스러진 뼈가 잘못 붙어 다 오므려지지 않는 오른손을 뻗어 억지로 옷자락을 잡으려고 했지만, 뼈가 시린 핑계로, 붙잡아 어떤 말을 더 하지는 않았다.



어쩌겠어, 나는 안 바뀌었는데 당신 정의가 바뀌어서 그걸 운운하면서 매달려도 이젠 아무 소용 없게 생겼잖아. 










공백 미포함 1935자

키워드 "붙잡지 못했다"

커미션 샘플로 사용할 리퀘, 소재는 '콩나물' 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업 기간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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