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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브리키]그의 세상은 웃고, 울고, 말하고, 존재한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짐X본즈] 예술적인 자각 지구에서 아날로그의 대는 이미 21세기 초에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그 시대가 점점 후반부로 접어들었을 땐 종이와 연필 따위의 물건들은 물론 인간의 팔, 다리와 같은 신체부위들도 기계적인 것으로 대체되었고, 그래서 23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문헌에는 ‘수동적’인 것을 버림으로서 21세기가 인간의 일곱 번째 진화 시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들이 남아있었다. 아날로그는 21세기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제임스 T. 커크가 말했다. 레너드 맥코이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맥코이가 생각하기에는, 커크는 그런 말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기야 했다. 그는 알레르기 때문에, 23세기, 현대의 사람들에게는 겨우 골동품으로나 취급되는 안경을 잘도 콧등에 걸치고 있었다. 그의 경우처럼 시력을 .. 더보기
마군X자룡 견자단 필모른 전력 60분 참가, 주제는 '엉덩이'였습니다! “뭘 그렇게 빤히 봐?”악의라고는 하나 담기지 않은 목소리가 물었다. 목소리의 주인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마군이 어물쩍 대답했다. “그 가죽 바지, 너무 꽉 조이지 않나? 불안한데. 원래 입던 거 입지 그래?”응? 살이 쪘나? 자룡은 고개를 살짝 까딱이더니 허리를 수그려 제 종아리부터 허벅지를 손으로 쓸어가며 주물러 보았다. 확실히 많이 조이기는 했다. 통 운동을 안 하고 빈둥거리기만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바지가 늘어나지 않는 것도 한 몫을 했으리라, 자룡이 생각했다. 탄력이 없는 가죽바지가 그의 허벅지를 단단하게 두르고 있었다. 가죽바지는 답답했고, 그만큼 벗기도 힘들어서 갈아입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출근 시간까지 얼마.. 더보기
[베이즈X치루트] 칼로 물 베기 담담하게 잔에 담긴 것을 홀짝거리는 소리가 베이즈 맬버스의 귓바퀴를 돌았다. “치루트, 내가 혼자서 커피 타 마시지 말랬을텐데. 뜨거운 물이잖아.”맹인에게는 위험해, 입 밖으로 내려던 말에 다행히도 걸림쇠가 걸렸다. 아직까지도, 치루트 임웨의 세상이 캄캄하다는 것은 베이즈의 걱정거리였다. 한 순간도 눈을 떼서는 안 되었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치루트가 모든 것이 과보호라고 말할 때도 그는 염려가 끊이지를 않는 것을 어쩌겠냐고 몇 번을 받아쳤다. 그러다보니 이번에는 정말 머리끝까지 화가 찼던 모양이다. “나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뜨거운 물을 잔에 따르는 것쯤은 무리도 없어.” 치루트는 토라진 듯 베이즈를 쏘아붙이는 어투로 말을 하고는 한 번 더 잔을 입에 댄 채 천천히 기울였다. 그가 말을 .. 더보기
[마군X자룡] 흉내 한 손으로 다 가리기도 힘들 만큼 입을 크게 벌리고, 울대를 그르렁 울리며 하품 하는 모습은 몹시 피곤하고, 금방이라도 졸음에 윗몸을 무너뜨릴 것만 같이 보였다. 마군은 스스로를 깨우려 뻐득거리는 몸짓으로 기지개를 켰다. 철야 근무는 3일 째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사건 해결의 중심 축 역할을 맡은 마군과 자룡 두 사람은 그 동안의 밤낮을 꼬박 새며 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창문을 덮은 암막 사이에서는 햇빛이 새어들어 오는데, 여전히 지긋하고 무거운 사무실의 공기는 두 사람을 무기력해질 지경으로 몰아넣었다. 마군은 고개를 꾸벅이며 졸다가, 책상에 세워져 있거나 더러는 굴러다니고 있는 커피 캔에 머리를 박았다. 알루미늄 재질의 캔이 바닥에 굴러 떨어져서 제법 큰 소리를 냈다. 자룡은 잠에 젖은 앓.. 더보기
이전 글에 대한 짧은 부가설명 **********************************************************************************************************************써니자룡 단문 [잘못 붙은 뼈]에 설명이 너무 부족해서 덧붙이는 글입니다. 가급적이면 [잘못 붙은 뼈]를 읽고 이 내용을 읽어주세요. ^-^)/ 배경으로 잡은 상상속 시점 진자룡 복직/써니 체포 후 4년마군 사망후 2년 이 장면을 보고 펼쳐낸 망상입니다. 이 때 써니가 오른손을 못 쓰게 되었다는 가정으로 적은 글이에요. 더보기
[써니X자룡] 잘못 붙은 뼈 “나지위, 나와.” 나는 경관을 올려다보다가 순순히 일어섰다. 얼굴만은 그렇게 익숙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날카로운 눈빛은 맹금류의 것을 닮아 있었고, 손짓 끝에는 절도가 배어 행동이 강단 넘치는 것이 내가 아는 누군가와는 아주 달랐다. 자기 손으로 잡아들이고는 자기 손으로 놓아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어둔 밤 가로등 아래서 붙잡았던 손의 온도보다 훨씬 미지근한 손이 나의 손목을 바짝 붙잡았다. 아. 진자룡. 나는 아직도 모든 행동에 하나하나 그를 연결하여 생각했다. 퍼석한, 익은 쌀과 싱거운 반찬을 입 안에 우겨넣고 씹어 삼켜야만 했을 매일 아침에도, 턱이 덜덜 떨릴 정도로 차가운 물로 온 몸을 씻어 내릴 때도, 누렇고 눅눅한 요가 얹힌 딱딱한 침대에 불쾌히 몸을 뉘어야 했을 때도 그를 떠올렸다. 그곳.. 더보기
[스페셜 아이디/논커플링] 스페아디 삭제엔딩을 나름대로의 망상과 함께 글로 풀어 봤습니다. 사망소재 주의해주세요. 늑골을 덮은 피부에서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간 쪽에 잔인할 만큼 허무한 배신이 아로새겨졌다. 빨갛게, 흥건하게 젖어 들어가는 시야에 진자룡은 더디게 몸을 수그렸다. 단단한 근육도, 굳게 믿어온 정의라는 것도 뾰족한 날 끝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지겹도록 봤던 색이 손가락 끝에 무감각하게 묻어나왔다. 그 감정을 부정한 것도, 그것에 대해 좌절한 것도 아니었다. 몇 번 이러한 맥락의 일을 당했었는지 찬찬히 세어 내려가니 손에 꼽을 수도 없을 만큼이었고, 헛웃음이 입가에 배어나왔다. 고통이 온 몸을 흔들었다. 그는 햇볕에 뜨겁게 달구어진 바닥으로 몸을 무너뜨리며 눈을 끔뻑였다. 어리광 정도라고 생각하고 받아넘겼던 써니의 빈정.. 더보기
[모브X자룡]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써니X진자룡] Tenuto 써니(나지위)X진자룡[Tenuto] 써니와의 관계를 끊으려고 마음을 먹는 과거 시점의 자룡 이야기입니다. 갈비뼈 사이로 철 실이 비집고 나오기라도 하는 듯 얄따란 따끔함이 새어나와서 좁은 침대에 그를 얼기설기 엮어버렸다. 움직이기 싫었다. 그를 수렁에 묶어서 던져 넣을 수 있는 사람은 그 스스로밖에 없었다. 그는 낡아버린 사랑을 의무감에 붙잡음으로써 더 조각내고 있었다. 느끼고 있는 감정이 착각인지 실제인지 명확히 판단이 서기도 전에 그는 더 이상 나지위를 사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물며 태양도 안정적이고 고요한 밤을 인간에게 남겨주기 위해 가라앉는데, 사랑이라고 영원히 닳지 않고 행복한 면만 보여주며 떠있을까? 사랑이 져야 다른 사랑이 떠오른다. 이기적이지만은 않은 생각이 떠돌다 맞이한 종착역이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