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으로 다 가리기도 힘들 만큼 입을 크게 벌리고, 울대를 그르렁 울리며 하품 하는 모습은 몹시 피곤하고, 금방이라도 졸음에 윗몸을 무너뜨릴 것만 같이 보였다. 마군은 스스로를 깨우려 뻐득거리는 몸짓으로 기지개를 켰다.
철야 근무는 3일 째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사건 해결의 중심 축 역할을 맡은 마군과 자룡 두 사람은 그 동안의 밤낮을 꼬박 새며 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창문을 덮은 암막 사이에서는 햇빛이 새어들어 오는데, 여전히 지긋하고 무거운 사무실의 공기는 두 사람을 무기력해질 지경으로 몰아넣었다.
마군은 고개를 꾸벅이며 졸다가, 책상에 세워져 있거나 더러는 굴러다니고 있는 커피 캔에 머리를 박았다. 알루미늄 재질의 캔이 바닥에 굴러 떨어져서 제법 큰 소리를 냈다. 자룡은 잠에 젖은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젖혔다. 뿌연 눈을 도로록 굴리고, 미간이 찌푸러질 정도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그는 시야를 깔끔하게 했다. 분명히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어느새 소파에 몸을 뉘이고 잠에 들었었는지 온 몸이 뻐근했다.
조사해야 할 것이 한참이나 더 남았는데도 자신이 잠에 든 사이에, 마군이 수고를 더 했을 터라 생각하니 자룡은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몇 분이나 졸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인데도 손목시계를 보자마자 그는 퍽 다른 생각을 했다. 비슷하게 생긴 손목시계. 아주 각별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 직전인 마군과 그의 사이에는 그 손목시계 외에도 다른, 물건으로 나타난 연결점이 상당히 많았다. 그가 손목시계를 차고 오거나, 선글라스를 끼고 오거나, 목걸이를 하고 왔을 때나, 다음 날에는 하나씩 덩달아 마군 또한 장신구가 늘었다. 그는 이것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기를 바랐다.
그는 마군과 짧은 몇 마디를 나눌 때에도 담담해질 수 없었다. 마군을 보면 온 몸이 비틀리고 녹는 느낌이 드는데도 고통스럽지만은 않았다. 이따금 눈을 마주치자면 열병이 오른 기분이라 온 몸이 후끈했다. 몸의 피가 빠르게 달음박질치면 짧은 말조차도 내뱉기 힘들었다. 자룡은 마군을 사랑한다.
잠시 끼어든 감성에 그는 할 일을 잠시 잊었다. 그는 시침이 대략 오전 열 한 시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깜빡 잠에 들기 전에 언뜻 본 시간은 새벽 여섯 시였다. 내가 못 살아, 그가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고 웅얼거렸다. 피곤에 찌들어 그림자가 진하게 진 마군의 눈가를 보며 부담을 덜어주기로 결심한 것이 언제였나. 인간의 기본적 욕구라는 것은 어떤 수단을 써도 통제하기 어려웠고, 그는 특히 그랬다.
“아룡, 좋은 아침. 충분히 잤어?”
마군은 미간을 구긴 채 자판을 두드리다가 자룡이 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표정을 펴고 자룡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네, 네!”
자룡은 퍼덕거리다시피 황급하게 자세를 바로잡고 뻣뻣한 경례를 보였다.
“불편하게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있길래, 소파에 눕혀 뒀어. 그렇게 자면 몸 상해.”
자룡의 머릿속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그저 배려의 행동이었을 뿐일 텐데도 그의 뇌리에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마군은 그저 그를 부축해서 소파에 눕혀 두었겠지만, 그는 자신을 안아 올렸다가 눕히는 마군을 상상했다. 그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자신을 질타했지만, 탄탄하게 근육으로 굴곡진 마군의 몸을 떠올리고 무리도 아닌 일이기는 한 것을 못이기는 척 인정했다.
“네? 네. 어, 감사 합니다… 그나저나, 군 형, 많이 졸려 보이는데 말예요.”
“괜찮아.”
핏줄이 터져 마군의 흰자가 깨끗하지 않은 것을 알아차린 자룡은 당황스러운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사과해야 해, 자룡이 운을 띄우려 연 입은 그대로 엉뚱한 말을 했다.
“그러지 말고, 잠이라도 깨게 둘이서 드라이브나 갈래요? 바깥 공기도 좀 쐬는 겸.”
마군은 운전대를 잡은 자룡을 힐끔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입 꼬리만 어색하게 올린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차를 몰고 있는 모습이 끔찍하게 답답했다. 이쯤 되면 자신의 표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룡의 눈치가 보통 사람들이 그런 것보다 훨씬 느리다는 게 아닌지 싶었다. 그도 그렇게 눈치가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말만 붙이면 화들짝 놀라 어깨를 들썩거리는 것만 보아도 이미 자룡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마군에게는 이기적인 면도 존재하고 있었고, 상처받을까 조심스러운 마음 또한 그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을 방해했다. 언제나 밝고 마음에 흠집 하나 없어 보이는 제 후배에게 맡겨두어도 되지 않느냐는 마음이 든 지 한 해가 거의 다 지나간다.
새삼 부루퉁해진 마군이 차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차에, 자룡은 쨍한 햇빛에 눈이 피곤한지 신호등의 빨간 불이 켜졌을 때 선글라스를 콧등에 걸쳤다. 버릇처럼 그는 그 행동을 따라했고, 그의 눈에 보이는 도시의 명도가 조금 낮아졌다. 그는 차 좌석에 몸을 묻으며 푹 기댔다. 어지러워서 조금만 움직여도 눈앞이 팽팽 돌았다. 좁다란 화면을 바라보다가 시야를 넓히니 적응이 되지 않았던 탓이다.
“군 형도 눈 아프죠? 미안해요, 내가 먼저 자버려서 일을 더 많이…”
이어지는 말은 마군에게 들리지 않다시피 했다. 사흘 밤낮을 깨어있는 일은 아주 힘들었고 그 때문에 유감스럽게도, 조금 불편하게 잠에 들었을 뿐이어서 차를 몰 수 있는 수준으로 정신이 맑은 자룡의 사과는 졸림에 먹혀들어갔다. 선글라스에 가려진 눈이 점점 눈꺼풀에 덮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그는 떠들어댔다.
“좋아해요, 군 형. …군 형?”
기다리던 말이 이내 자룡의 입술 새로 나왔을 때에는, 마군은 잠에 들어 있었다.
자룡은 한적한 길가에 차를 세웠다. 착잡한 마음도 들었지만 오히려 마군이 그의 고백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다행스럽기도 했다. 한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서 마음에서 풀어준, 너저분한 고백은 그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볼품없었기 때문이었다. 고급스러운 음식점에서, 몇 백 송이의 장미를 내밀며 근사한 말과 함께. 머릿속에 그려둔 상을 포기 할 수야 없다는 생각이 들자 참담함이 조금 덜렸다.
다른 생각들을 제쳐두고, 그는 잠에 든 마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부끄러워서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니 자신을 묘하게 닮아있었다. 이마부터 해서, 선글라스 아래에 감춰진 눈, 그리고 턱 끝까지 찬찬히 살펴 내려가려다가 그의 시선이 입술에서 멈추었다. 그는 늘 혼자서 만들어낸 분위기에 혼자서 휩쓸렸고, 방금 전에도 그러한 행동을 저지른 까닭에 대담한 행동을 결심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굉장한 자기합리화였음에 분명하다.
‘키스와 고백은 별도.’
그는 운전석에서 몸을 살짝 들어서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상체를 수그렸다. 순간 억, 하는 못난 소리를 내며 자룡은 얼굴을 찌푸렸다. 식은땀이 그의 온 살갗을 빠르게 쓸고 내려갔다. 차에 타자마자 어색해진 공기를 환기 시키려고, 모범 경찰이라면 역시 차를 몰 때 안전벨트가 필수라며 너스레를 떨고는 단단하게 채웠던 것이 이렇게 배신할 줄은 그도 몰랐다. 민망하게도, 그렇게 자룡의 얼굴이 마군의 코앞에서 멈추었다. 볼품없는 소리에 마군의 눈꺼풀이 조금씩 들렸다. 몸을 뒤로 무르기에는 너무 늦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자룡은 콧잔등이 발갛게 달아올라서 어떻게든 어물쩍 넘어갈 변명거리를 생각했다. 갑자기 그의 몸이 마군 쪽으로 당겨졌다.
마군이 그의 셔츠 깃을 잡아당기며, 버릇인 것처럼, 그의 행동을 따라 상체를 뻗어서 입을 맞추었다. 그 정도면 자신이 자꾸 그의 장신구와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매고 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전달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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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선글라스, 자동차, 안전벨트"
커미션 샘플로 사용할 리퀘, 소재는 '벳' 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업 기간 2일
자룡이가 초임일때 마군 만나서 1~2년 지나고 나서... 후배 자룡이랑 선배 마군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내용인것입니다 ( ͡° ͜ʖ ͡°)....답답이 마군자룡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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