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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목지X엽문] 덫(上) [장목지X엽문] 그들이 만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갔다. 그 날도 둘은 재떨이에 재가 넘치도록 오랜 시간을 앉아 이야기했다. 한 쪽은 느긋하게 연기를 들이고 내며 편안히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어 있었던 반면, 다른 한 쪽은 대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어색하고 경직된 자세로 자욱하고 짙은 연기만을 만들어 댔다. 네, 하는 대답만 간간히 뱉으며 무엇 하나 되묻지도 않는 태도를 보자니 답답했던 장목지가 최근에 일어났던 일들을 열거하기를 잠시 그만두고 엽문에게 말했다. “엽 사부, 방금 내 이야기를 제대로 안 듣고 있는 것이 맞느냐고 물었더니 ‘네’ 라고 대답하셨소.” “아, 이런 큰 실례를. 미안합니다, 장 선생.” 엽문은 윗니를 다 드러내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가지런하고 흰 치열이 담배나, 혹은 아편을 피.. 더보기
[마주일X장호화] 비언어적 표현 [마저우르(마주일)X장호아화(장호화)] 누군지 상관 없이 둘 중 하나가 바람 피다 걸리는 것을 ○○○님께서 리퀘박스로 신청해주셨습니다! 좋은 소재 감사드려요! 그때 최대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줬다. 장호화같은 무식하게 센 놈이 알기나 할까 모르겠다. 자신처럼 솔직한 사람은 조금만 거짓말해도 입 움직이는 모양부터 다 티가 나는데, 그렇게 큰 거짓말을 해 놓고 숨기려고 하면 얼마나 잘 보이는지. 그렇게 장호화는 나를 잃을까봐 불안하다고 말을 하지 않고 말한다. “야, 마주일. 너 이거 무슨 냄새야?” 호화의 미간이 좁혀졌다. 무슨 냄새, 술 냄새? 하며 침대에 누워서 실없이 킬킬대는 주일의 얼굴에 옹골찬 주먹이 매다 꽂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벙해져서 몸을 일으킨 주일이 제 옷에 코를 댔다. 해봐.. 더보기
[조조X청룡] 그때 두 손 안에 담지 못했던 미리내 관우가 사망한 뒤, 청룡은 모종의 이유로 약 천년 전인 조조가 사는 시대로 떨어집니다. 본래 자기가 있던 곳에서의 타겟과 조조를 착각해 죽이려 들다가 갇혔다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돌아오지 않겠다더니, 결국은 돌아오신 게요? 짙지만 단정한 눈썹, 한 폭 수묵화를 그리는 붓놀림처럼 까맣게 흔들리는 긴 머리칼 하며, 사나우나 온순함을 뒤에 숨겨둔 두 눈동자. 이렇게 하얗게 머리가 세어, 그대를 놓아버린 세상 속에 사는 나의 옷자락에 운장 그대와 똑 닮은 사람이 스쳤소. [조조청룡] 그때 두손 안에 담지 못했던 미리내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그 날로 보름째 묻고 있었다. 조조는 중후하고 거친 목소리를 입 밖으로 냈다. 그의 말들이 철 덩어리 같은 침묵이 되어 바닥에 덜컥 떨어졌다. 그가 미간을 짚었다.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