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저우르(마주일)X장호아화(장호화)]
누군지 상관 없이 둘 중 하나가 바람 피다 걸리는 것을 ○○○님께서 리퀘박스로 신청해주셨습니다! 좋은 소재 감사드려요!
그때 최대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줬다. 장호화같은 무식하게 센 놈이 알기나 할까 모르겠다. 자신처럼 솔직한 사람은 조금만 거짓말해도 입 움직이는 모양부터 다 티가 나는데, 그렇게 큰 거짓말을 해 놓고 숨기려고 하면 얼마나 잘 보이는지. 그렇게 장호화는 나를 잃을까봐 불안하다고 말을 하지 않고 말한다.
“야, 마주일. 너 이거 무슨 냄새야?”
호화의 미간이 좁혀졌다. 무슨 냄새, 술 냄새? 하며 침대에 누워서 실없이 킬킬대는 주일의 얼굴에 옹골찬 주먹이 매다 꽂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벙해져서 몸을 일으킨 주일이 제 옷에 코를 댔다. 해봐야 술 냄새 뿐일 텐데 도대체 무슨 난리인가 싶어 주일도 인상을 쓰며 입을 열려는 참에, 쥐고 있던 셔츠 깃에 진홍색이 주욱 묻어나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내가 술 냄새면 이렇게 지랄하겠어? 지 입으로 똑똑하다고 떠들고 다니는 놈이 왜 그걸 몰라?”
아직도 술에 취해 눈앞이 흔들리는 탓인지, 주일은 그것이 여인의 입술에 발려있던 립스틱 자국이 길게 끌려 만들어진 줄만 알았다. ‘젠장, 내 이럴 줄 알았나. 이런 흔적을 쉽게 남기는 게 사기꾼이냐?’ 그가 생각했다. 그는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어떻게든 궤변이나 늘어놓으려 했다. 그러다 그 손에까지 붉은 색이 묻어나자 저는 그렇게 허술하게 굴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얄따란 손목의 사내가 무식하게 주먹이 셀뿐이었다. 피 냄새가 슬슬 돌았다.
“자, 자, 잠시만. 호화.”
“집어 쳐, 이 나쁜 놈이.”
변명 따위는 듣지 않겠다는 뜻인지 호화가 주먹을 제 머리 위로 들었다. 주일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뒤로 몸을 끌었다. 옷가지가 이불과 엉켜 멀리 달아날 수가 없었다. 찢어지게 날카로운 소리가 순간 방을 채웠다 스멀스멀 물러갔다. 주일의 왼쪽 뺨이 화끈하고 따가웠다. 따가워서인지, 서러워서인지 온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호화가 질리고 싫어서 다른 사람을 만난 것이 아니다. 다음 달에는 주일의 생일이 있었다. 주일은 죽어도 자신에게 선물 하나 해주지 않겠다는 호화를 보고 기가 막혀 갑부 여인네, 아니면 남정네라도 사귀어서 값비싼 선물 한 두 개 쯤 떼어내 축하받는 기분이라도 내보려 했다. 제 심정도 모르고 주먹부터 휘둘러대는 난폭한 사내에게 뭘 바랄까 싶었던 것이다.
“너 나한테 선물도 안 해준다며?”
“내가 너한테 선물을 어떻게 줘?”
“뻔뻔하네, 내가 가져다가 바친 건 얼만데. 내가 뭐 큰 걸 바랬다고? 그냥 생일 축하받는 기분만 내려고 선물 달라고 한 거잖아.”
주일은 홧김에 벌떡 일어나 소리 질렀다. 먼저 잘못한 게 누군데, 하고 말을 이으려다 그만 멈춰버린 것은 호화가 손목을 붙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까닭이다. 호화의 어깨가 살짝 움찔거리는 것이 눈에 보여, 주일은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가끔 보면 그도 그 자신을 알 수가 없었다. 입에 발린 말들을 하며 사방을 돌아다닐 때는 아무리 커다란 거짓말을 하더라도 죄책감이라는 것이 들질 않았는데, 제 눈앞에 요망하고 제멋대로인 사내를 둘 때만은 양심에 쉽게 걸려 넘어졌다.
그래, 내가 맞아죽어도 싸다. 주일은 호화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가차 없이 주일이 있는 쪽으로 손이 뻗어져 나오는 것이 이제는 그의 오른 뺨에마저 손자국대로 멍이 남으리라는 걸 암시하는 듯 했다. 하지만 호화는 힘을 실어 주일의 뺨을 훅 밀어낼 뿐, 친다거나 하지 않았다. 주일의 뺨을 쳤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아내 기일만 다 되면 손목 아픈 게 도져. 경찰 일도 쉴 만큼 아파서 죽을 거 같아. 내가 매일 출근하는 척 하기 때문에, 아니면 얘기 안 해서 모른답시고 뭐 그렇게 넘어가도 좋아. 그런데, 네 몸에서 향수 냄새가 나잖아, 여자 향수 냄새가.”
“…호화, 잘못했어.”
“누구는 지금 돈도 들어올까 말까 해서 조마조마하고,” 호화는 고개를 쳐들고 빨갛게 독기가 오른 눈으로 주일에게 따지며 말을 이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네 선물 못 사주기라도 할까봐,” 아랫입술을 깨물고 인상을 쓴 채, 떨림이 잦아들지 않는 한 손으로 그는 주일의 가슴팍을 연신 쳐댔다.
“고민하면서 몸이라도 팔아제낄까 했는데 네 몸에서는 향수 냄새가 나잖아.”
호화가 분노에 차서 소리 질렀다. 주일의 몸이 무릎부터 바닥으로 무너졌다.
“미안해.”
그가 무릎을 꿇은 채 호화의 발목을 붙잡았다.
“어떻게 미안한지 믿어, 넌 사기꾼이잖아. 안 그래? 사랑한다고 한 것도 믿으면 안 됐었는데.”
호화를 올려다보는 주일의 뺨에 호화가 내려다보낸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졌다. 뜨겁고 아프게 기어 나와서 차갑게 식어 떨어지는 걸 보면 눈물은 호화의 말과 비슷했다. 끓는 속을 어떻게든지 숨기려고 입 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더 날카롭게 다듬어 아무렇지 않게 내던지는 척 한다.
“난 네 앞에선 도저히 거짓말 못 해. 사랑해.”
주일은 비굴해 보이리만치 자세를 낮게 낮추고 호화의 다리를 껴안았다. 그러자 호화가 억지로 피식 웃으며 눈가를 닦아냈다.
“사랑하냐? 난 너보다 덜 사랑해. 이거 다 연기였거든, 이 ‘머저우르’ 같으니라고. 손목은 도진 거 맞지만.”
마주일은 가만히 장호화의 입가를 바라보았다.
“뭘 충격받은 얼굴로 그러고 있어, 나 이러는 거 한 두번 봐?”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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